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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모일〉(Turmoil)

생소 (Sngso) 2020. 7. 6. 11:17

 

〈터모일 Turmoil〉은 19세기 미국의 석유 채굴꾼이 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초기 자금으로 3명의 AI와 경쟁하면서 임대할 땅을 입찰하고, 효율적으로 석유를 뽑아 돈을 벌고, 그걸로 다시 업그레이드를 구매하고 더 많은 석유를 뽑습니다. 캠페인의 중반부를 넘어가면 플레이어는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조금씩 시장직에 나아갈 수 있는 지분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목표는 과반의 배당을 확보해서 시장이 되는 것입니다.

 

〈Turmoil〉의 게임 플레이는 단조롭습니다. 업그레이드 요소는 적지 않지만 금방 단일하고 완성된 전략 한 가지로 수렴됩니다.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기술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토지 임대기한인 1년 동안 남김없이, 하지만 과다한 투자가 되지는 않도록 시추시설을 짓고, 석유가격이 적당히 올랐을 때 팔아서 수익을 낼 정도의 "경험적 감(Rule of Thumb)"만 있으면 됩니다.

 

그닥 깊이랄 것은 없는 게임이지만, 그래서 게임이 표상하고 있는 '경영'이라는 개념이 더 두드러지는 인상을 받습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 내기, 규모의 경제 꾀하기, 한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그동안 쌓은 감에 의지하기.... 시추에 나서기 전 그때그때 다른 이자율 할인과 석유 하한가 계약들을 살펴보고 있자면 잠시 이게 경영 게임의 묘미구나 싶을 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석유 유출 벌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몹시 지저분해보이는 계약도 있습니다. "어차피 임대했을 뿐 내 땅도 아니고 환경오염이 대수인가, 돈 좀 벌겠다는데!" (물론 매년 시추에 나설 때마다 2,000달러만 들고 가야 하는 이상한 룰에 탄식을 내뱉지만요. 이렇게 자본을 운용하는 자본가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지! 하지만 그래야 게임이 따분해지지 않겠죠?)

 

현실 세계의 역사에선 모두가 석유 시추 사업에 뛰어드는 이 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배럴 당 10달러에서 10센트까지 오르내리는 난장판 원유 시장 속에서, 그 유명한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이 독점기업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게임의 목표도 영원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이 난장판(turmoil) 속에서 빨리 지분을 모아서 시장이 되는 것입니다. 돈으로 지역을 휘어잡는 양아치 자본가(robber baron)라니, 참으로 절묘하면서도 지독한 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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